Issue 180, Sep 2021
대런 베이더
Darren Bader
사사로운 존재들의 참을 수 없는 무게
탄탄한 돌바닥 위 철조 건축물 사이에서 건장한 달마티안 한 마리가 볼일을 보고 있다. 이미 퉁퉁한 응가를 한 덩이 쌌는데 여운이 남았는지, 어정쩡한 자세로 온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. 그런가 하면 어마어마한 거미 위에 누군가 올라타 있다. 우리가 아는 그 ‘스파이더맨’이다. 루이스 부르주아(Louise Bourgeois) [마망(Maman)]에 버금가는 거미 목덜미에, 스파이더맨은 그저 평화롭게 앉아 있다. 이는 미국 조각가 대런 베이더(Darren Bader)가 이탈리아 로마 MACRO에서 선보인 11개의 증강현실(AR) 조각 중 몇 개에 대한 묘사다. 모바일 장치용 AR 전시 [Bootlicker Suite]를 통해 베이더는 그간 자신이 발견한 유머뿐 아니라 머릿속에 저장해 둔 우연과 시 그리고 수사법을 가상 조각으로 구현하곤 우리에게 여과 없이 전달하고 있다.
● 정일주 편집장 ● 이미지 작가, Andrew Kreps Gallery 제공
eBay sculpture, Dimensions variable © the artist; Société, Berlin; Andrew Kreps Gallery, New York